- 뉴스
칼럼
 
총 게시물 32건, 최근 0 건
   
삼립식품 브랜드 스토리
글쓴이 : 패키지포유 날짜 : 2020-03-25 (수) 01:22 조회 : 2490










전 국민의 입맛을 사로잡은 기업의 브랜드 스토리
삼립식품

2015년 창립 70주년을 맞은 삼립식품은 M&A를 통한 사업 다각화와 유통 채널 확대를 발판 삼아 종합 식품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제분·육가공·물류 자회사를 인수했고 다양한 유통 채널을 확보하는 등 핵심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동시에 주력 사업인 제빵 부문에서도 냉장 디저트, HMR(Home Meal Replacement, 가정식 대체 식품) 등을 지속적으로 선보이며 성장의 한 축을 이끌고 있다. 크림빵(1964), 호빵 (1971), 보름달(1974) 등 출시한 지 수십 년이 되는 장수 제품이 매출의 효자 노릇을 하고 있으며 그릭슈바인 등 새롭게 론칭한 브랜드는 성장 동력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디자인 역량도 남다르다. 제품 패키지부터 그래픽, 인테리어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인 변화하고 있다.


크림빵과 호빵 신화, 디자인

1945년 삼립식품의 창업자 고 허창성 명예회장은 황해도 옹진에 상미당(賞美堂)이라는 작은 제과점을 열었다. 이 동네 빵집이 한국 제빵 산업의 효시이자 SPC그룹의 모태가 됐다. 허창성 명예회장은 가내수공업에 불과하던 국내 제과·제빵의 수준을 산업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1964년에 출시한 크림빵은 2016년 상반기까지 누적 판매량 18억 개를 기록했는데, 다양한 디저트를 맛볼 수 있는 요즘과는 달리 개발 당시만 해도 이 제품은 첨단 기술이 적용된 빵이었다. 국내 최초로 비닐 포장지로 포장했을 뿐 아니라 푹신푹신한 빵에 크림이 어우러진 혁신적인 제품이었던 것이다. 삼립 식품의 대방동 공장 정문은 크림빵을 사기 위해 아침부터 몰려든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뤘고, 크림빵 생산 라인은 24시간 동안 멈추지 않았다고 한다. 비용 절감과 생산 효율화 등을 이유로 조금씩 제조 방식을 변경했던 크림빵은 2003년 옛날 맛과 모양을 그대로 살려 재출시한 이래 지금까지 큰 인기를 얻고 있다.

1971년 가을에 첫 선을 보인 호빵은 지금까지 60억 개가 팔렸다. 이 판매량을 연평균으로 계산하면 한 해에 약 1억 3000개가 되는데, 이는 한국인 1인당 해마다 2.6개를 먹은 것과 같다. 호빵은 겨울철에만 판매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놀라운 수치다. 호빵은 원래 제빵업계의 비수기인 겨울철 판매 부진을 극복하기 위해 고안한 제품이었다. ‘호호 불어서 먹는 빵’이라는 의미의 호빵은 40여 년 동안 인기를 얻으며 어느덧 제품명을 넘어 일반 명사가 됐으며, 삼립식품의 대표적인 장수 제품으로 자리 잡았다. 크림빵과 호빵의 포장 디자인도 고유의 정체성을 간직한 채 끊임없이 변화했다. 특히 한글을 옆으로 나열한 ‘크리ㅁ빠ㅇ(크림빵)’이라는 특유의 글씨체와 붉은색은 출시 이후 지금까지 지켜온 디자인 아이콘이다. 호빵의 경우 1971년 출시 당시부터 ‘호’라는 글자를 엠블럼처럼 강조한 디자인을 지금까지 고수하고 있다.


새로운 브랜드와 디자인, 삼립식품의 미래

삼립식품의 새로운 베이커리 제품 브랜드인 ‘빠띠브라운’은 ‘파티시에 브라운(Patessier Brown)’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빠띠브라운은 흔히 사용하는 요리사 모자 대신 수염 모양의 일러스트레이션을 사용했는데, 요리사이자 파티시에인 동시에 중후하고 개성 있는 영국 신사의 이미지를 표현하기 위한 의도였다. 특히 갓 구운 빵의 부풀어 오른 모습을 떠올리도록 곡면의 각도에 초점을 뒀다. 이런 분위기를 극대화하기 위해 ‘평정심을 유지하고 우선 먹자 (Keep calm and eat)’라는 슬로건도 추가했다. 이는 영국 정부가 제2차 세계대전 발발 전 국민들의 사기를 돋우기 위해 제작한 포스터 문구 “평정심을 유지하고 하던 일을 계속하라(Keep calm and Carry on)”에서 착안한 것으로, 식품을 먹는 것을 넘어 문화를 즐긴다는 콘셉트를 표현하기 위해 패키지에 다양한 요소를 삽입했다. 이러한 디자인 콘셉트는 패키지의 지기 구조에도 활용했는데 빠띠브라운의 프리미엄 제품 라인 ‘브링 미 투 더 리얼맨(Bring me to the RealMan)’의 패키지는 톱 해트와 브리프케이스 모양으로 구성해 재미를 더했다.

육가공 브랜드 그릭 슈바인의 플래그십 스토어인 ‘그릭슈바인’은 독일어로 ‘행운의 돼지’라는 뜻인 그릭슈바인은 독일식 정통 메츠거라이(정육 식당)를 표방한다. BI에 적용한 일러스트레이션은 19세기 유럽의 귀족 남성들이 착용했던 톱 해트(top hat)를 돼지에게 씌워재치 있게 표현했다. 인테리어도 정통 독일식 메츠거라이 분위기를 극대화하기 위해 서브웨이 타일(지하철 역사 느낌이 나도록 벽면에 붙이는 타일)을 활용했고 조명 또한 조화를 이루도록 배치했다. 메뉴 보드와 오픈 키친도 브랜드의 특성을 잘 살릴 수 있도록 구성했다.

건면 브랜드 ‘하이면’의 BI와 패키지에는 국수 특유의 가늘고 긴 선을 모티브로 해 한옥과 같은 한국 전통 건축물의 창처럼 표현했다.

냉장 디저트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카페스노우’는 가장 오랜 시간 동안 디자인 회의를 지속한 것으로 삼립식품 디자인팀 내에서 유명하다. 카페스노우(Cafe-Snow)라는 이름을 결정한 후 BI와 패키지를 통해 제품의 특성을 강조할 수 있는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그 중 ‘입안에 넣으면 눈처럼 사르르 녹는 느낌’을 브랜드의 메인 콘셉트로 강조하기 위해 눈사람 모양의 일러스트를 넣자는 의견이 채택됐고, 마치 눈이 내리는 듯한 감성을 더하기 위해 도트 패턴을 추가했다. 빚은의 선물 세트 상자는 한국 전통 건축 장식을 현대적으로 해석해 디자인 요소로 삼았다.

바이라인 : 글 최누리 객원 기자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6년 9월호)

   

 
엘지생활건강 오로라월드 한국맥널티 롯데제과 한국디자인진흥원
디자인윙크
otran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