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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슈퍼마켓 패키지 디자인 (2)
글쓴이 : 패키지포유 날짜 : 2013-02-04 (월) 21:09 조회 : 3673

6. 셀프리지스 

런던의 대표적인 쇼핑가인 옥스퍼드 거리의 인파 속에서 쉽게 눈에 띄는 경쾌한 레몬색 쇼핑백을 따라가다 보면 셀프리지스(Selfridges) 백화점에 이르게 된다. 웅장한 건물 자체만으로도 랜드마크가 되는 셀프리지스는 하비 니콜스에 비해 규모나 구성 면에서 좀 더 우리에게 친숙한 형태의 백화점이다.

 

 

투명한 병은 안에 담긴 형형색색의 사탕 색깔을 살리면서 셀프리지스의 컬러풀한 태그가 더욱 두드러져 보이게 한다.

 

‘즐거운 모험(Fun Adventure)’를 모토로 1909년 미국 사업가 해리 고든 셀프리지스가 설립한 셀프리지스는 블랙과 레몬색의 대비가 주요 아이덴티티를 형성한다. 백화점 1층에 있는 셀프리지스의 푸드홀(Foodhall)은 특히 사탕, 초콜릿 종류의 방대함과 품질로 유명하다. 고디바를 비롯한 최고급 초콜릿, 빵집, 커피 브랜드가 입점해 있고 형형색색의 사탕과 스낵을 비롯한 ‘세상의 달콤한 모든 것'의 축제가 벌어지는 곳이다. 접근성이 용이한 탓인지 항상 인파로 복잡하고 제품이 꽉 들어찬 셀프리지스의 푸드홀에 질서를 주는 것은 바로 셀프리지스 고유의 제품 패키지다. 2002년 리뉴얼한 ‘검은 바탕과 컬러풀한 타이포그래피’로 대변되는 셀프리지스 PB 상품은 파격적인 디자인 덕에 패키지 자체가 ‘영웅’이 된 경우다.
PB 상품 패키지 리뉴얼 전에도 셀프리지스 푸드홀은 신선한 제품과 품질로 유명했지만 PB 제품 자체의 인지도는 그리 높지 않았다. 이에 ‘강렬하고 현대적인 이미지를 전달하고 단번에 셀프리지스라는 것을 알 수 있는 패키지’를 목표로 셀프리지스의 35개 제품군 100여 개의 PB 상품을 내용물이 전혀 보이지 않는 블랙과 컬러풀한 텍스트로 통일했다.

 

 

01 전통적인 크리스마스용 디저트 메뉴인 크리스마스 푸딩은 천 덮개를 씌운 채 중탕으로 요리하는데, 이때 사용하는 흰 세라믹 용기 자체를 패키지로 삼았다. 영국인들은 이 푸딩에 브랜디 버터를 곁들여 먹는데, 브랜디 버터 패키지에는 노란색 셀로판지를 살짝 덮었다.
02 최근 리뉴얼한 코코아 패키지. 셀프리지스 PB 제품은 이번 리뉴얼에서 이전의 ‘강렬한 노란색의 존재감’을 조금 낮추었다.
03 셀프리지스 건물의 오래된 사진을 이용해 100년이 넘은 전통과 수제품임을 강조하는 토피(toffee) 사탕 패키지.

 

전통적으로 ‘식감’을 최우선 요소로 여겨왔던 음식 패키지의 디자인 원칙을 무시하고, 셀프리지스 브랜드와 품질에 대한 자신감을 믿어보자는 과감한 시도였다. 마침내 제품을 선보인 날, 파격적인 색깔과 미니멀한 디자인으로 무장한 셀프리지스 PB 상품 패키지는 매장 선반 위에서 그 어느 제품보다도 빛나 보였다. 그 결과 리뉴얼한 해의 시즌 제품은 모두 매진되었다. 셀프리지스 PB 제품 패키지는 8년이 지난 지금 보아도 충분히 세련된 디자인이다. 그러나 셀프리지스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또다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블랙을 바탕으로 한 기존의 볼드한 이미지는 유지하면서, 노란색을 포인트 컬러로 통일하고 좀 더 다양한 패키지 재질을 이용해 노란색 아이덴티티를 더욱 입체감 있게 사용하고 있다. 블랙과 노란색의 강한 대비를 활용한 제품은 선반 위에서 마치 ‘스타’처럼 빛나면서 즐겁고 호사스러운 이미지를 고객에게 명확히 각인시키고 있다. 올해 셀프리지스는 관광객이 절정에 이르는 8월에 이미 이들을 타깃으로 한 크리스마스 제품을 출시했다. 셀프리지스는 아티스트, 브랜드와 협업한 한정판 제품으로도 유명하다. 블랙과 노란색의 단순한 아이덴티티와 마니아층을 가진 브랜드의 협업은 유난히 효과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작년에는 셀프리지스 창립 100주년에 맞추어 앱솔루트 보드카, 조니워커 블랙, 루이비통, 블랙베리, 코카콜라 등 유명 브랜드를 셀프리지스의 노란색으로 덮어버린 한정판을 출시했는데 지금도 수집가들 사이에서 비싸게 거래되고 있다.

 

 

04 선물용으로 많이 팔리는 이탈리아 빵 파네토네(panettone). 셀로판지를 이용한 패키지로 ‘선물’이란 느낌과 셀프리지스의 아이덴티티를 동시에 살렸다.
05 야채를 겨자에 절인 전통 음식 피카릴리(piccalilli).
06 마멀레이드 패키지.
07 대표적인 크리스마스 음식인 로스트 햄. 태그 안쪽에서 비쳐 나오는 노란색을 보면, 이것이 셀프리지스 제품임을 알 수 있다.

 

 

7. 세인즈버리

세인즈버리(Sainsbury’s)는 영국의 4대 슈퍼마켓 중 3번째 규모로, 그중 가장 세련된 감각을 선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형 마트와 비슷한 도시 외곽의 ‘하이퍼마켓’ 외에도 시내 곳곳에 대형 슈퍼와 우리나라 편의점 3~4배 정도 규모의 점포가 있어 접근성이 좋은 브랜드다.

 

 

세인즈버리는 샌드위치나 정크푸드로 ‘대충 때우는’ 성격이 강한 영국식 식사 습관을 개선하고 요리를 하도록 이끄는 캠페인을 내세운다. 가령 ‘새로운 걸 시도해보세요(Try something new)’라는 캠페인은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늘 사는 물건만 산다는 분석 결과에서 출발해, 색다르고 새로운 제품도 시도해볼 것을 권유하는 캠페인이다. 최근 시작된 새로운 캠페인은 ‘일요일엔 앉아서 드세요(Sit Down Sunday)’다. 많은 영국인이 일요일 점심을 가족과 함께 먹지 않거나 혹은 거르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이러한 식습관을 개선하기 위해 일요일만이라도 모두 모여 한자리에 앉아서 식사를 하자는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으며, 유명 요리사 제이미 올리버를 이 캠페인의 모델로 내세워 광고와 요리법에 등장시키고 있다. 세인즈버리에서 판매하는 제품 중 20% 정도를 차지하는 PB 상품은 가격에 따라 저가 제품군 ‘베이식스(Basics)’와 고가 제품군 ‘테이스트 더 디퍼런스(Taste the Difference)’로 나뉜다. 그리고 추가로 공정 무역(Fair Trade), 유기농(So organic), 건강 식품(Be good to yourself)이 고가 제품군에 속한다. 그러나 가격 전쟁으로 승부하는 4대 슈퍼마켓의 PB 상품은 저가 제품군에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세인즈버리 또한 이러한 트렌드에서 벗어날 수는 없기에, 고가 제품에 들이는 노력만큼이나 많은 노력을 저가 제품에도 들이고 있다. 오렌지색을 디자인 아이덴티티로 활용한 패키지가 바로 그러한 예이다.

 

1999년 런던 그리치에서 처음 친환경 매장을 시도한 세인즈버리는 2007년 영국 데번주 다트머스에 친환경 플래그십 매장을 열었다. 매장은 철골이 아닌 목재로 지었고, 빗물을 받아서 화장실과 청소용 물로 활용하고 있다. 에너지원으로는 풍력과 바이오 매스를 사용하며, 인공 조명 대신 최대한 자연광을 이용해 최종적으로는 전체 에너지 사용량을 일반 매장의 1/3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실험된 전략들은 새로 오픈하는 매장과 기존 매장에도 점차 적용하고 있다. 최근 바스(Bath)에 문을 연 매장의 경우 인근 기차역 철로에 쓰였던 나무를 재활용해 지은 것이 그러한 예이다. 작년에 문을 연 글로스터(Gloucester) 매장에는 자동차 진입구 도로에 발전 설비를 설치했다. 자동차가 매장으로 들어올 때마다 특수한 발판 위를 지나가게 되어 있는데, 이를 이용해 시간당 30kWh의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고 한다. 이는 매장 계산대를 가동시키기에 충분할 정도의 전력이다.

 

 

01, 02, 06 저가 PB 제품군인 세인즈버리 베이식스. 주황색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똑같이 적용한 세인즈버리를 대표하는 제품이다.
03 자주색과 회색을 활용한 고가제품군 ‘테이스트 더 디퍼런스’.
04, 05 짙은 청록색을 배경으로 야채 사진을 활용한 유기농 제품군 ‘소 오가닉’.
07 세인즈버리를 포함한 다른 브랜드의 큰 규모의 슈퍼마켓은 대부분 단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08 기숙사나 빌린 집에서 요리를 하는 일반적인 대학생을 타깃으로 한 기프트카드. 2개의 카드로 분리되어 하나는 부모가 입금하는 데 사용하고 다른 하나는 자녀가 세인즈버리 매장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출처] 월간디자인 (2010년 11월호) | 기자/에디터 : 전은경 편집장 대행, 정영호, 이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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